사드 보복 조치 영향력 일시적…자가당착 위기

反한 감정 자극한 소비자 보이콧…선별적․제한적 압박

중국 사드 보복 조치를 두고 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20년 이상 거주하며 중국의 경제, 정치, 사회를 연구한 미국인들의 시각에서는 어떠한 진단을 내릴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하고 냉철한 판단과 구체적인 대응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국 대한 기업 규제 강화 예상시나리오 및 리스크 관리 세미나’에서 초청 연사로 나선 미국 Control Risks의 북아시아 정치규제 리스크부문 앤드류 길흠(Andrew Gilholm) 수석이사는 세션 1- ‘한중관계 및 중국 정책․규제 환경 전망’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앤드류 수석이사는 중국의 통상 압박과 관련해 “사드에 집중하지 말고 중국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전반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이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한국의 차기 정부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가늠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몇 년 새 미국과 몽골, 일본 등과 무역마찰을 빚을 때마다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압박을 펼쳐왔다”면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WTO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은 개의치 않고 있고, 이번 사드 문제도 동일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드 보복 조치는 反한 감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단순한 외교적 문제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아닌 소비자 차원의 압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식음료, 요식업 분야에 대해 선별적이고 제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한 안전이나 근무환경, 소방법 등의 규제 등에 국한되어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롯데 매장들의 소방법, 시설법 위반을 문제 삼아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앤드류 수석이사는 “롯데 관련 기업들의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롯데가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롯데를 타격해서 이목이 집중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압박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보이콧 형태로 취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앤드류 수석이사는 “롯데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경쟁력이 높은 제품일수록 보이콧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유통업과 식품 등에서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보이콧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사드 보복조치에 따른 영향력은 한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중국과 일본 간 센카구열도를 두고 벌인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의 대일본 경제 보복에 비춰볼 때 오히려 대일 수출과 일본의 대중 투자 감소로 이어져 악순환을 자초했다. 이에 현재 중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별다른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무역보복 조치는 효과가 없다. 실제 대중국 수출의 80%는 중간재이고, 중국 내 불매운동의 타깃인 한국산 소비재 제품이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앤드류 수석이사는 강연 말미에 “이번 사드 보복은 중국에서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해나갈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봐야 한다”면서 “중국에서 반드시 중국식으로 사업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난 수년간의 중국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중국 정부는 안전이나 근무환경에 대한 조사, 무역규제․제한은 더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지방정부․경쟁업체․언론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가져가면서도 기존 꽌시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앤드류 수석이사는 “기업들은 현재의 외교적 문제와 상관없이 중국 정부의 정책 및 규제 리스크에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우선 비즈니스 전략 수립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파악된 취약점에 대해 관련 부서들이 통합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제3국 진출형 해외직접투자 활성화

중국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제3국 진출형 해외직접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대중국 해외직접투자의 목적 변화와 경제의존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장용준 경희대 교수는 “중국의 주변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할 경우 투자대상국이 원산지로 표시돼 한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외부효과를 피할 수 있다”며 “또 중국의 주변국 대부분이 초저임금 국가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낮은 생산비로 물건을 만들어 가격경쟁력을 갖춘 후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해외직접투자에서 제3국 진출형 해외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왜소하다.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제3국 진출형 해외직접투자 건수는 128건으로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4.4% 수준에 그쳤으며, 투자액은 약 56억달러로 20.4%를 차지했다.

제3국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한 전략 수정이 요구된다. 아시아 내 중국의 주변국 대부분이 우리나라 ODA의 대상 국가들로, 수출기반시설과 행정시스템 설립을 지원하며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등 재수출 전략을 병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주변국과의 FTA 체결이나 기존 FTA 개정 시 관세나 노동·환경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2017/03/28]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