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에서 봉제, 유통까지 최첨단 기술 접목한 제품 속속 상용화
한국은 시장 주도할 아이템이나 중앙기관 부재, 경쟁력 하락 우려

# 2015년 설립된 일본 알실크(Al Silk)社는 첨단 염색 기술을 이용해 전도성을 부여한 천연실크를 개발했다. 일반 전극은 전해질(electrolyte) 페이스트를 쓰지만 알실크는 천연섬유를 사용해 피부나 생체 염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의료용 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섬유소재다. 이 회사는 “알 실크를 다른 물질 위에 프린트 하듯이 인쇄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제품 사용 범위가 매우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세븐드리머(Seven Dreamers Laboratories)는 옷을 자동으로 개주는 ‘런드로이드(Laundroid)’를 개발하고 올해 안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세탁 후 말린 셔츠나 바지, 수건을 넣어두면 기계가 자동으로 이미지를 스캔하고 종류에 따라 맞게 의류를 접어 정리한다. 실제 홍보용 동영상을 보면 평범한 티셔츠 한 장을 접는데 약 4분여가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작년에는 코엑스(COEX)에서 열린 한국골프종합전시회에 획기적인 오더 메이드 기반의 ‘카본 골프 샤프트’를 들고 참가했다.


일본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4차 산업을 겨냥한 섬유패션제품은 섬유소재와 IT 디바이스간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결합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원사에서 의류까지 최첨단 IT융복합 섬유패션기업들이 출현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업계 분발이 요구된다.


일본 정부는 親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 기업을 세계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주류로 성장시키는 ‘HIYAKU(비약) Next Enterprise’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본격 가동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첨단 기술과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춘 55개 중소기업을 미국 실리콘 밸리 같은 세계 유수의 혁신 생태계에 파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위에 언급된 IT·섬유 기업뿐 아니라 수요 맞춤형 시장을 겨냥한 의류봉제 기업도 포함됐다.


2012년 설립된 라이프스타일 액센트(LIFESTYLE ACCENT INC.)는 100% 일본에서 생산한 의류를 공장에서 바로 소비자에 공급(factory-to-customer)하는 기업이다. 1990년 50.1%에 달하던 일본내 의류 생산 비중이 2009년에는 4.5%(日 경제산업성 통계)까지 내려가자 프랑스,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앞세운 젊은 사장 야마다 토시오(山田 敏夫)가 ‘메이드 인 제팬‘ 의류 자존심 부활을 기치로 창업했다. 야마다 사장은 지금까지 일본 전역 400여 공장을 직접 방문해 기술력이 충족되는 곳들과 협업하고 있다. 중간 유통을 배제하고 옷을 생산하는 봉제공장 이름을 달아 제품 신뢰를 높이는 새로운 가치관을 시도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다니며 컨설턴트로 활약하던 케미 준고가 창업한 고가 여성복 기업 카이미(Kay me Ltd)도 이름을 올렸다. 일본 정부는 이들 기업을 지난 1~3월 중 미국 실리콘 밸리와 뉴욕, 싱가포르 등 해외 혁신 거점 지역에 파견해 제품을 홍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일본은 작년 경제산업성 내에 기관과 산업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202개 신청 기업 중 55개 기업을 엄선한 바 있다.


이들 스타트업 기업은 정부지원을 등에 업고 완전 상용화된 제품으로 자국을 넘어 본격적인 해외 시장 겨냥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경쟁력에서 뒤져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이 작년부터 주최한 ‘ICT 스마트섬유 제품 아이디어 공모전’이 그나마 명맥을 살려 놓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IT융복합 아이템 개발을 주도할 기구나 단체가 부재한 상태다. [2017/06/16]

정기창기자 kcjung100@k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