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히트작 피치스킨, 잠재권축사 후속 신소재 학수고대
소득 3만불 시대,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기존제품 수명 다해
대구· 경기· 섬산련· 산업부 TF팀 구성, 개발 서둘러야
섬유 미들 스트림 무너지면 섬유산업 붕괴 불 보듯

“토사곽란에 머큐롬 바르는 격이다!” 고립무원의 한계상황으로 추락하는 섬유산업의 땜질 정책의 현주소를 빗댄 말이다.
수출 의존도가 80% 이상인 국내 섬유산업이 글로벌 시황 악화로 최악의 대공황 상태에 빠졌다. 설상가상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최고인 16.4%나 치솟았다. 3년 후인 2020년엔 1만원을 예고하고 있다.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조정하는 근로시간 단축도 예고되고 있다.
타 중소기업도 처지가 같지만 이쯤 되면 섬유산업부터 조종(弔鐘)이 울리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전국도처 섬유생산공장들이 내년에 문 닫으나 3년 후에 문 닫으나 마찬가지라는 체념 속에 빠졌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 논리다.
근로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고 기업이 도산하면 일자리가 날아가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기업이 준비되지 못한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나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가뜩이나 시난고난 앓으며 간당간당하게 버티는 중소기업들이 자칫하면 오히려 떡쌀 담기를 재촉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기차는 떠났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공고됐다. 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통상 임금 기준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가물가물해 기대하기 어렸다.
한마디로 지난 한 달여간 지축을 흔들었던 최저임금 타령도 지난 얘기로 묻혀가고 있다. 그야말로 이젠 각자도생이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면 국내에서 버티어야 한다. 도저히 승산이 없으면 장관이 바짓가랑이를 잡더라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 이것저것 다 안되면 간판 내리고 문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바로 처방은 품목전환을 위한 획기적인 소재개발이다.
지난날의 섬유산업 궤적을 보면 10년을 주기로 획기적인 신소재가 개발돼 성장 동력을 제공했다. 대구 섬유업계가 급성장한 것도 이른바 깔깔이 직물로 불리는 폴리에스테르 감량가공 원단이 개발되면서부터였다.
80년대 중반에는 가연 공정에서 면 효과를 내는 슬러브네프 제품인 일명 ‘산타나’가 개발돼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즈음 일본 도요보에서 일명 ‘기나’라는 피치스킨소재가 개발돼 이를 사용한 원단 1미터 가격이 30달러에 달했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세계 패션 시장을 뒤흔들었다. 여기에 착안한 국내 신합섬 가공사 메이커가 비슷한 피치스킨을 개발해 원단 가격을 미터당 4달러로 낮췄다. 전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려 대박이 났다.
피치스킨 전성기가 10년 이상 지속됐다. 후속 타자로 잠재권축사가 개발돼 이 역시 10년 이상 세계시장을 접수했다. 대구 산지가 이같은 신소재개발을 등에 업고 제·편직, 염색가공, 사가공이 동반성장 했다.
그러나 잠재권축사의 전성기가 마감됐다. 중국에서 직방 시스템의 잠재권축사를 한국의 10배 이상 양산해 시장에 풀고 있다. 당연히 한국업계가 가격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지금 화섬산업의 현주소다.
이제는 잠재권축사의 후속 타자가 급선무다. 화섬메이커와 신합섬업체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새로운 후속 타자가 나오지 않으면 대구 경북 산지나 경기 북부 니트 산지 모두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대구 산지와 화섬 메이커, 섬산련이 신소재 개발 R&D· TF팀을 구성해 연구에 매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품목전환을 위한 신소재 개발에 한국섬유산업의 운명이 걸려있다. 신소재 개발을 위한 자금지원을 정부에 요청해 결실을 거둬야 한다.
국민 소득 3만불 시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시대, 주 52시간 근무제 등 감당할 수 없는 악재를 돌파하기 위한 첫 시금석이 획기적인 품목전환을 위한 신소재 개발임을 업계와 단체, 정부까지 직시해야 한다.
위기에 몰린 섬유산업의 공멸을 막기 위한 피치스킨, 잠재권축사를 넘어선 신소재 개발이 화섬업계와 대구 산지, 경기 북부를 살리는 최고 수준의 처방인 것이다. <조>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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